HD현대 권오갑 회장이 동남아 지역 조선소 및 군함 정비 사업(MRO)을 직접 점검하며 글로벌 해양 방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관련 방산·조선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HD현대, 조선 강국에서 방산 전략국으로
HD현대는 전통적으로 세계 1위 조선업체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 민수선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군수 분야와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유지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권오갑 회장이 직접 동남아 주요 국가를 순방하며, 현지 조선소 운영 현황 및 군함 정비 시설을 점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해외 출장 차원을 넘어, 아시아 해양 방산 시장의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급속한 해군 현대화 수요가 몰리고 있는 지역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의 방위 예산 증가 등으로 인해 함정 정비 및 신규 건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HD현대는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의 함정 MRO 계약 수주를 적극 모색 중이다. 또한, 동남아 현지 조선소의 재정비 및 공동운영을 통해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방산 조선의 양강 구도
HD현대중공업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해군의 구축함, 잠수함, 호위함 등을 건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함정 수출에도 강점을 지닌다. 이번 동남아 MRO 사업도 기존 군함 수주 계약 이후 유지·보수까지 일괄 대응하는 '토탈 솔루션' 모델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의 잠수함 및 수상함 수요 확대는 HD현대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경쟁사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도 방산 조선 부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발과, 미국·중동 국가와의 해양 방산 협력이 강화되면서 조선 기술의 군사적 응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탄탄한 방산 기술력과 글로벌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방산 조선 시장을 이끄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 동남아 MRO 시장 역시 경쟁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민수 조선이 아닌 방산 조선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방산 수출은 국가 간 협정 및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익 안정성과 장기 수주 파이프라인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
군함 MRO 시대, 조선주의 새로운 기회
HD현대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단순한 경영 행보를 넘어, 한국 조선 산업의 전략적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배를 건조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방산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군비 확장, 해양 패권 경쟁, 해군 현대화 수요가 맞물리며 군함 MRO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8~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사에 모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두 기업의 수주 공시 및 국방부·외교부 연계 프로젝트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수 조선은 사이클을 타지만, 방산 조선은 꾸준한 정책 기반 산업이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에 방산주를 포함시키는 전략은 충분히 유효하다. 결론적으로, 군함 MRO와 동남아 진출은 ‘기술력+외교력+지속 수익’이라는 3박자를 갖춘 투자 테마로 자리 잡을 것이다.